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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 역사이야기

직지심체요절 금속활자본, 파리 이동 경로와 1972년 재조명·구텐베르크 인쇄 확산·반환 쟁점

by 역사좋아 2026.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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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심체요절 · 청주 흥덕사에서 프랑스 국립도서관까지

직지심체요절, 청주에서 파리로 이어진 경로와 반환의 질문

직지심체요절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을 설명할 때는 구텐베르크보다 78년 빠르다는 말과 프랑스에 있다는 말이 나란히 따라와요. 그런데 먼저 인쇄됐다는 사실과 다른 나라 도서관에 남게 된 사정은 서로 다른 질문이에요.

저는 직지를 이해하려면 최초라는 순위만큼 책이 누구의 손을 거쳤고, 무엇을 근거로 가치를 인정받았는지 살펴야 한다고 생각해요. 청주에서 파리까지 이어지는 경로에는 확인되는 거래도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알 수 없는 취득 과정도 남아 있어요.

직지가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라는 말은 금속활자 인쇄가 직지에서 시작됐다는 뜻일까요? 여기에는 현재 남아 있는 책 가운데라는 조건이 붙어요.

간기에 남은 인쇄 시점과 장소

정식 이름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로, 백운화상 경한이 역대 선사들의 말을 뽑아 엮은 선 교재예요. 마지막 장의 간기, 곧 책을 찍은 내력을 적은 기록에는 1377년 7월 청주 흥덕사에서 주자로 인쇄했다는 내용이 남아 있어요.

주자는 쇠붙이를 부어 만든 활자를 뜻하며, 인쇄에는 제자 석찬과 달담이 참여하고 비구니 묘덕이 비용을 보탰어요. 1985년 청주 운천동 발굴에서는 흥덕사 이름이 새겨진 청동 유물이 나와 절의 위치를 확인하는 근거가 됐어요.

앞선 기록과 남아 있는 판본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 실린 「신인상정예문발미」에는 『상정고금예문』 50권을 주자로 28부 찍어 나눠줬다는 내용이 있어요. 인쇄 시기는 대략 1234~1241년 사이로 보지만, 그 책의 실물은 전하지 않아요.

『남명천화상송증도가』의 1239년 발문에도 앞선 주자본을 바탕으로 다시 새긴다는 내용이 나오지만, 남아 있는 것은 목판으로 다시 새긴 판본이에요. 기록으로 확인하는 인쇄와 실물로 확인하는 인쇄를 구분해야 직지에 붙는 가장 오래됐다는 표현도 정확하게 읽을 수 있어요.

파리의 금속활자본과 국내 목판본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금속활자본은 상·하권 중 하권이며, 원래 39장 가운데 첫 장이 빠진 38장이 남아 있어요. 국내에 전하는 상·하권은 이듬해인 1378년 여주 취암사에서 찍은 목판본이므로 같은 판본으로 보면 안 돼요.

직지심체요절 파리 이동 경로

청주의 절에서 찍은 책이 곧바로 프랑스 국립도서관으로 건너간 것은 아니에요. 외교관의 수집품이 됐다가 파리 경매와 개인 소장을 거쳐 도서관에 들어갔어요.

콜랭 드 플랑시는 1888년 주한 프랑스 공사관 책임자로 부임한 외교관이자 수집가였어요. 두 차례 조선에서 근무하며 서적과 도자기를 모았지만, 직지를 누구에게 어떤 대가로 얻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아요.

시점 소장·공개 경로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인쇄
1888~1906년 플랑시의 두 차례 조선 근무와 수집 활동 기간, 직지 취득 시점·경위는 불명확
1900~1901년 파리 만국박람회 출품으로 전해지며, 모리스 쿠랑 『한국서지』 보유편에 목록 수록
1911년 파리 경매에서 앙리 베베르가 낙찰
1943년 베베르 사망, 유언에 따라 프랑스 국립도서관 귀속 지정
1950년대 초 국립도서관 실제 등록, 정확한 연도는 자료마다 차이

앙리 베베르는 파리의 보석상이자 동양 미술 수집가였으며, 그의 유언이 국립도서관 소장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였어요. 다만 뒤의 경매와 유증 과정이 알려져 있다는 이유만으로, 앞선 조선 내 취득 과정까지 설명됐다고 볼 수는 없어요.

저는 이 이동 경로를 읽을 때 확인된 소장자 사이의 연결보다 기록이 비어 있는 구간을 함께 표시하는 편이 낫다고 봐요. 책이 지나온 모든 순간을 추적한 기록과, 남아 있는 몇 개의 시점을 연결한 연표는 다르니까요.

직지심체요절 1972년 재조명

1972년에 가치를 널리 인정받았다면, 그전에는 아무도 직지를 몰랐던 걸까요? 1901년 『한국서지』 보유편에 이미 목록이 실렸다는 사실만 봐도 책의 존재가 알려지는 일과 인쇄사적 가치가 주목받는 일은 구분해야 해요.

박병선 박사는 1967년부터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일하며 한국 관련 자료를 살폈어요. 이후 직지는 1972년 파리에서 열린 세계 책의 해 기념 도서 전시에 출품되면서, 1377년 금속활자 인쇄본이라는 가치가 국제적으로 주목받았어요.

저도 직지에 관한 내용을 정리하면서 처음에는 1972년 옆에 발견이라는 말만 적어둔 적이 있어요. 그런데 앞쪽에 1901년 목록 수록을 적어놓고 보니 두 시점을 같은 의미로 설명할 수 없어, 메모를 존재가 알려진 시점과 가치가 널리 주목받은 시점으로 나눴어요.

그렇게 나누고 나니 박병선 박사의 작업도 책을 찾아냈다는 짧은 말보다, 남아 있던 책의 간기를 읽고 인쇄사적 의미를 드러낸 과정으로 더 구체적으로 다가왔어요. 서가에 보관하는 일과 그 책이 무엇을 증명하는지 알아보는 일은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직지는 2001년 9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어요. 그러나 인쇄사적 가치를 인정받는 절차가 곧바로 소장처나 소유권을 바꾸는 절차는 아니므로, 재조명과 반환은 다른 문제로 이어져요.

구텐베르크와 인쇄 확산

78년 먼저 찍었다면 책의 보급도 그만큼 먼저 커졌어야 할까요?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 완성을 1455년 무렵으로 잡으면 그 차이가 나오지만, 인쇄 시점만으로 기술의 확산까지 설명하기는 어려워요.

배포 목적과 책을 찾는 수요

직지는 사찰에서 시주를 받아 인쇄해 배포한 책이고, 구텐베르크의 성서는 투자와 판매를 바탕으로 제작됐어요. 고려의 독서층은 관료와 승려, 일부 문벌 자제 등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어, 책을 대량 판매하는 조건과는 차이가 있었어요.

같은 책을 보관해 두고 필요할 때 다시 찍는 데에는 목판의 이점도 있었어요. 따라서 금속활자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인쇄가 금속활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했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활자·잉크·인출 장치의 조합

고려 금속활자 인쇄와 구텐베르크 인쇄를 비교할 때는 활자 재료뿐 아니라 고정 방식과 잉크, 종이에 찍어내는 장치를 함께 봐야 해요. 밀랍으로 활자를 고정하고 수성 먹을 사용하는 방식과, 금속 프레임·유성 잉크·나사식 압착기를 결합한 방식은 작업 조건이 달라요.

한자를 조판하려면 다양한 글자와 자주 쓰는 글자의 여분을 갖춰야 하므로, 알파벳 계열과는 활자를 준비하는 부담도 달라요. 이런 차이는 확산을 이해하는 단서이지만, 어느 하나만으로 두 지역 인쇄사의 차이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어요.

선행 시점과 사회적 확산은 다른 비교

직지는 1377년 청주에서 금속활자 인쇄가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실물이에요. 구텐베르크와 비교할 때는 누가 먼저였는지와 어떤 제작·판매 조건이 확산을 뒷받침했는지를 나눠 살펴야 해요.

저는 이 비교를 고려의 실패나 유럽의 우월함을 가르는 평가로 끝내고 싶지는 않아요. 앞선 기술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반복해서 쓰게 만드는 수요와 작업 조건까지 묻는 쪽이, 직지가 남긴 의미를 더 넓게 읽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직지심체요절 반환 쟁점

한국에서 만든 책이라는 사실만으로 반환 방식까지 곧장 정해질까요? 제작된 장소와 역사적 의미에 대한 판단 외에도, 취득 경위와 소장품에 적용되는 법적 절차를 따로 살펴야 해요.

외규장각 의궤는 병인양요 당시 군사 작전 중 반출된 경위가 확인되지만, 직지는 플랑시가 취득한 구체적인 과정이 불분명해요. 따라서 경매 기록만으로 처음부터 정당하게 취득됐다고 확정하거나, 반대로 조선에서의 취득을 곧바로 약탈로 단정하는 것은 모두 조심해야 해요.

또 다른 쟁점은 프랑스 공공 소장품의 양도 제한과 문화재 반환 관련 국제 규범의 적용 범위예요. 1970년 유네스코 협약과 1995년 유니드로와 협약보다 앞선 취득·거래를 다루는 만큼, 협약 이름만으로 반환 의무가 자동 결정된다고 볼 수는 없어요.

외규장각 의궤가 2011년 돌아온 방식은 소유권 이전이 아니라 갱신형 장기 대여였어요. 이 사례는 반환을 이야기할 때 소유권 이전과 대여를 구분해야 한다는 점을 알려주지만, 직지에도 같은 방식이 적용된다는 보장은 아니에요.

직지가 국내에서 더 가까이 읽히고 전시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이동 경로의 빈칸을 신중하게 다루는 태도는 함께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소장처에 대한 관심을 내려놓을 필요도 없고, 그 관심 때문에 확인되지 않은 취득 경위를 채워 넣을 필요도 없어요.

파리에 남은 하권 38장은 청주에서 무엇을 인쇄할 수 있었는지 보여줘요. 우리는 그 책이 어디로 돌아올지를 묻는 만큼,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과정을 거쳐 그 가치를 알아보게 됐는지도 충분히 읽고 있을까요?

※ 반환 관련 법률·협약의 적용과 협의 상황은 개별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판단에는 해당 기관의 공식 안내와 법률 검토가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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