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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 역사이야기

무량수전 창건과 연대, 배흘림기둥과 연대 비교의 장단점·답사 관점·추천 대상

by 역사좋아 2026.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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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 무량수전 · 건축 연대와 답사 관점

영주 부석사에 처음 갔을 때, 무량수전 앞 안내문에서 발걸음이 멈췄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 ‘중 하나’라는 표현 때문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외웠던 이름과 눈앞의 설명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요? 저는 이 차이를 이해하려면 건물의 순위보다 연대를 판단한 증거부터 살펴야 한다고 봅니다.

무량수전, 가장 오래된 건물의 순위보다 증거를 묻는 문구

무량수전 창건과 연대

부석사가 676년에 창건됐다면, 무량수전도 그때 세워진 건물일까요?

676년은 신라 문무왕 때 의상이 부석사를 창건한 해입니다. 사찰의 시작을 가리키는 연도이지, 지금 남아 있는 무량수전의 건립 연도는 아닙니다.

무량수전의 연대를 설명할 때는 1916년 해체 수리 중 부재에서 발견된 묵서가 등장합니다. 먹으로 쓴 이 기록에는 1358년 병화를 입었고, 1376년 원응국사가 고쳐 지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다만 1376년의 공사가 완전한 재건인지, 기존 건물을 크게 고친 것인지는 해석이 갈립니다. 건축 양식을 근거로 무량수전을 13세기 건물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서로 다른 시간을 가리키는 연도
676년: 부석사 창건
1376년: 무량수전 중창 기록
1916년: 해체 수리 중 묵서 발견

저는 학교에서 무량수전을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로 배웠고, 시험지에도 그렇게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안내문을 읽을 때도 건물 이름과 순위를 하나의 정답처럼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1376년이라는 숫자조차 어떤 공사를 가리키는지 해석해야 한다는 점에서 생각이 멈췄습니다. 외운 연도 하나만으로 건물의 나이를 다 설명할 수는 없었습니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

배흘림기둥이 보인다고 해서 건물의 나이를 바로 알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무량수전뿐 아니라 봉정사 극락전과 수덕사 대웅전에도 배흘림기둥이 있습니다. 공통된 기법을 확인하는 일과 세 건물의 선후를 판정하는 일은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몸통의 굵기를 조절한 배흘림

배흘림은 기둥 몸통의 중간 부분을 불룩하게 다듬는 기법입니다. 아래에서 약 3분의 1 올라간 지점을 가장 굵게 하고 위아래로 갈수록 가늘게 만듭니다.

기둥을 휘어 세운다는 뜻보다는 높이에 따라 굵기가 달라진다고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흔히 곧은 기둥의 가운데가 가늘어 보이는 착시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설명합니다. 기둥이 듬직하게 서 있는 시각적 안정감도 함께 이야기됩니다.

최순우의 책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는 무량수전과 배흘림기둥의 연결을 널리 알린 이름입니다.

기울기와 높이를 조절한 안쏠림·귀솟음

안쏠림은 바깥 기둥의 윗부분을 건물 안쪽으로 조금 기울여 세우는 기법입니다. 위쪽이 밖으로 벌어져 보이는 인상을 보완합니다.

귀솟음은 모서리 기둥을 가운데 기둥보다 조금 높게 세우는 방식입니다. 건물 양 끝이 처져 보이는 인상을 줄이고 처마선의 형태와도 연결됩니다.

저는 이런 설명을 건축 용어를 더 외우라는 요구로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몸통의 굵기, 기둥의 기울기, 모서리의 높이를 구분하면 같은 건물에서도 서로 다른 선택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무량수전 연대 비교의 장단점

세 건물의 연도를 작은 숫자부터 줄 세우면 가장 오래된 건물을 고를 수 있을까요?

1972년 봉정사 극락전 해체 보수 때 발견된 상량문에는 1363년 지붕을 크게 수리했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상량문은 건물을 짓거나 고칠 때 마룻대에 남기는 기록입니다.

1363년은 극락전의 건립 연도가 아니라, 이미 있던 건물을 수리한 해입니다. 수리 주기와 건축 양식을 바탕으로 건립 시점을 1200년대 초로 추정하면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라는 평가가 극락전으로 옮겨갔습니다.

반면 수덕사 대웅전에는 1308년 건립 기록이 있습니다. 추정되는 나이를 비교할 때와 건립 연도가 기록으로 확인되는지를 비교할 때 서로 다른 건물이 앞에 놓이는 이유입니다.

건물 기록이 가리키는 사건 연대 해석
봉정사 극락전 1363년 지붕 중수 1200년대 초 건립 추정
수덕사 대웅전 1308년 건립 건립 연도 기록 확인
부석사 무량수전 1376년 중창 공사 범위에 따라 이전 연대 가능성

연대 비교의 장점은 무엇이 기록이고 무엇이 추정인지 드러낸다는 데 있습니다. 반대로 순위만 남기면 건립·수리·중창이라는 서로 다른 사건을 같은 출발점으로 취급하기 쉽습니다.

1972년의 발견을 함께 놓고 보니, 제가 외웠던 답과 안내문이 달라진 이유도 더 구체적으로 이해됐습니다. 1363년의 수리 기록은 그때 건물이 이미 존재했다는 뜻이지, 그해 처음 지었다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여기에 수덕사 대웅전의 1308년 건립 기록을 더하면, 오래됐다는 판단과 건립 연도가 분명하다는 판단이 나뉩니다. 이제는 무량수전을 몇 위라고 고쳐 외우는 것만으로는 그날의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고 느낍니다.

무량수전 답사 관점

가장 오래된 건물이라는 이름을 내려놓으면 무량수전에서 볼 것이 줄어들까요?

무량수전은 정면 5칸·측면 3칸에 팔작지붕을 얹은 건물입니다. 정면 3칸의 맞배지붕인 봉정사 극락전, 수덕사 대웅전과는 규모와 지붕 형태부터 차이가 있습니다.

건물 안의 소조아미타여래좌상은 서쪽에 앉아 동쪽을 바라봅니다. 정면 문을 기준으로 불상이 왼쪽에 놓이는 배치입니다.

이는 서방 극락정토의 부처인 아미타불이 동쪽의 중생을 바라보는 자리라는 설명과 연결됩니다. 무량수라는 이름 역시 끝없는 수명을 뜻하는 아미타불의 다른 이름에서 왔습니다.

현판 글씨를 공민왕이 썼다는 이야기는 전승으로 구분해야 합니다. 건물에 얽힌 이야기가 흥미롭다는 이유만으로 확인된 사실과 같은 무게를 줄 수는 없습니다.

돌이켜보면 안내문 앞에서 멈춘 것은 건물이 낯설어서가 아니라, 제가 기억한 정답과 달랐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 표현은 무량수전의 가치를 낮추는 말보다 연대 판단의 여지를 남겨둔 말로 읽힙니다.

배흘림은 기둥의 굵기를, 불상의 방향은 공간과 신앙의 관계를 보게 합니다. 순위를 확인하는 데서 시선을 멈췄다면 놓쳤을 내용들입니다.

무량수전 추천 대상

오래된 건물 하나를 확인하고 싶은 사람과, 오래됐다는 판단의 이유가 궁금한 사람에게 무량수전은 다르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건축에 익숙하지 않아도 기둥의 굵기와 지붕 형태처럼 눈으로 비교할 지점이 있습니다. 역사 기록에 관심이 있다면 묵서와 상량문이 각각 어떤 사건을 남겼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관심에 따라 달라지는 감상 지점
건축 형태가 궁금한 독자: 배흘림·안쏠림·귀솟음의 차이
역사 해석이 궁금한 독자: 건립 기록과 수리 기록의 차이
불교 공간이 궁금한 독자: 무량수의 뜻과 아미타불의 방향

다만 기둥의 미세한 기울기나 높이 차이를 현장에서 모두 선명하게 알아볼 수 있으리라고 기대할 필요는 없습니다. 개별 기법의 이름을 맞히는 것보다 건물 전체가 어떤 인상을 주는지 살피는 편이 편안한 감상에 가깝다고 봅니다.

부석사와 봉정사는 모두 201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에 포함됐습니다. 두 절을 오직 가장 오래된 건물의 경쟁 상대로만 볼 이유는 없습니다.

다음에 무량수전을 본다면 저는 연도 옆에 붙은 건립·수리·중창이라는 말을 먼저 살피고 싶습니다. 그 뒤에는 순위표가 아니라 기둥과 지붕, 불상이 놓인 방향으로 눈을 돌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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